2023. 2. 1. 23:00ㆍ중국문학사-그들의 세계속으로
원나라의 잡극과 대조하여 명대 희곡으로 성행한 잡극은 강남지방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전기'라고 했는데, 본래에는 당나라 소설을 가리키는 말로 시작하였으나 나중에는 명대 이후의 새로운 형태의 희곡을 가리키는 말로 불리게 되었다. 명대에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다섯 가지 전기가 있었는데, 각각 「살구기」, 「백토기」, 「배월정」, 「형차기」, 「비파기」이다. 이 다섯 편의 전기는 현실감 있는 내용과 예술적인 내용으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희곡이 되었다.
「살구기」는 모두 36척(尺)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자를 알 수 없는 민간에서 나온 작품으로 그 가치가 더 높다. 원나라 소덕상(蕭德祥)의 잡극인 「살구권부(殺狗勸夫)」를 새롭게 개편한 것으로, 형 손화(孫華)는 동생(孫榮)을 괴롭히고 학대하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주색으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는데 이에 부인 양씨(楊氏)가 계략을 세워 남편의 잘못을 깨우치게 한다는 줄거리이다. 음악과 가사가 저속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질박하고 솔직한 점이 이 작품의 장점으로서 대중문학의 본색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백토기」는 32척으로 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작자 미상의 민간 작품이다. 본래의 작품은 「유지원백토기(劉知遠白兎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오대사평화(五代史平話)」에 유지원의 고사가 있고, 금나라 때에 「유지원제궁조(劉知遠諸宮調)」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작품은 그 시작이 꽤나 오래전일 것으로 유추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지원이 가난을 견디지 못하여 집을 떠나 종군하고, 그의 아내 이삼낭(李三娘)은 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아들 요제랑(咬臍郞)을 낳아 아이의 아버지인 유지원에게 보낸다. 10여 년 후, 성장한 아들이 사냥을 나가서 흰 토끼를 쫓다가 우연히 어머니를 만나고 그 후 높은 벼슬에 오른 남편과 함께 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곡사는 질박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표현하는 감정 자체가 진실하고 풍부하여 우아한 작품보다 관객에게 주는 감동과 파급력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배월정」은 일명 「유규기(幽閨語)」라고도 하고, 길이는 40척으로 되어 있다. 원나라 시혜(施惠)의 작품이라고 하나, 이 역시 민간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관한경의 잡극 「규원가인배월정(関怨佳人拜月亭)」을 새롭게 편집하여 장편으로 만든 것으로, 스토리를 더욱 복잡하게 꾸미고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 작자의 창의력이 두드러진다. 내용은 장세륭(蔣世隆)·서련(瑞連) 남매와 소년 흥복(興福), 소녀 서란(瑞蘭)이 삶을 살아가며 겪는 온갖 슬픔과 기쁨과 파란을 거친 후, 각각 두 쌍의 부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전쟁과 도적 떼가 횡행하는 어지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백성들이 겪는 시대적 아픔과 이별의 고통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음악과 대사는 질박하면서도 생동감이 있고, 극 중 인물에 적합하게 대사를 구사했다.
「형차기」는 원 말의 가단구( 可丹丘)란 사람이 지은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나, 여러 사람에 의하여 계속 내용이 여러 가지로 개편되었다. 명나라 말 급고각(汲古閣)에서 간행한 「육 십종곡(六十種曲)」 본에 따르면 이 작품은 명나라 가단구의 작품이라 하며, 내용이 48척이다. 송나라 때, 왕십붕(王十朋)은 집이 가난하여 전옥련(錢玉蓮)을 아내로 들일 때, 홀어머니의 가시나무 비녀를 예물로 하여 혼례를 치렀다. 후에 왕십붕은 서울로 가서 과거를 보아 장원급제하고, 이 소식을 아내에게 편지로 전한다. 하지만 극 중 악역인 손여권(孫汝權)이 편지 내용을 고쳐 옥련을 빼앗으려 한다. 옥련은 손여권에 반항하다가 강물에 빠지는 것을 선택하지만, 그곳을 지나던 전안무(錢抜撫)에 의해 구출된다. 그 후에 온갖 고난을 겪다가 왕십붕 부부가 다시 만난다는 줄거리이다. 「비파기」는 고명(高明)의 작으로 명 초 오대전기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이는 후세에 전기의 시조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고명(高明)은 원나라 말기에 진사에 합격하여 절강 등 강남지방에서 관리 생활을 했고, 1356년 이후로는 혼란한 전쟁을 피하여 영파(寧波) 지역 근처에 숨어지냈는데, 이때 「비파기」를 지었다고 한다. 명 태조가 그의 뛰어남을 듣고 조정으로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 「비파기」 이외에도 「민자건단의기(閔子騫單衣記)」와 「유극재집(柔克齋集)」 같은 작품이 있으나, 없어져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비파기」는 조오낭(趙五娘)과 그의 남편 채옹(蔡邕)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채웅은 늙은 부모와 아내를 고향에 두고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간다. 한 번의 과거시험에 단번에 장원 급제한 채옹은 당시의 권력자인 우승상(牛丞相)의 강요로 그의 딸과 억지 결혼을 하게 된다. 한편, 고향에는 흉년이 들어, 조오낭은 어렵게 쌀을 마련해 시부모를 극진히 모셨지만 안타깝게도 시부모는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장례비용이 없어서 자신의 머리를 잘라 팔아가며 돈을 마련하며 힘겹게 조부모의 장례를 치른다. 조오낭은 시부모의 초상화를 등에 걸고 비파를 연주하고 음식을 구걸하면서 서울로 남편인 채용을 찾아간다. 서울로 온 조오낭이 마침내 절에서 시부모의 초상을 걸고 기도를 하려고 할 때, 고관이 왔다는 행차 소리에 몸을 낮춰 그를 맞이한다. 고관은 바로 남편인 채옹으로, 그 뒤에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부로 만난다는 줄거리이다. 채옹의 고사는 남송 시기 때에 이미 민간에 전해진 희문이 있었지만 이 희문에서 는 채옹이 아내와 부모를 버린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되어 있다. 고명은 이에 불만을 느껴, 채용을 의롭고 충실한 인물로 등장시킨 「비파기」를 지었다고 한다. 이 극의 문학적 성취는 높고, 극 중 인물들 모두 그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특히 모든 고통을 참으며 자신을 희생하는 아내 조오낭의 모습을 통하여, 도덕적이고 복덕을 갖춘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귀족사회를 대표하는 우승상의 모습을 토해 권력자의 부도덕한 모습과 백성을 괴롭히는 모습을 대조시켜, 시대의 암흑상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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