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0. 22:09ㆍ중국문학사-그들의 세계속으로
1. 악부의 형성과 발전
'악부'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한대에 음악을 주관하던 관청의 이름과 둘째, 관청인 이 악부에서 채집한 각 지역의 민가는 물론이고 그곳에서 직접 작곡하여 조정의 행사 때 불리던 노래들을 통칭하여 가리킨다. 이러한 노래의 가사를 악부 또는 악부시(樂府詩)라고 한다. 한나라 무제 때 관청인 악부에서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도록 하고 각 지방의 민요를 채집하도록 하였는데, 특히 악부를 이루는 지방의 노래인 민요는 한대 시가 발전하는 데 크게 공헌하게 된다. 본시 민가 중에는 자유로운 형식의 노래들이 많았을 것이다. 「시경」의 노래들처럼 그 내용이 다양하였으며 아무래도 남녀의 정을 주제로 한 것과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 가장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음란한 노래들이 늘자, 이후에는 악부를 없애버리고 아악(雅樂)인 무악(武樂)과 교묘악(郊廟樂) 같은 것만을 남기게 된다. 서한시대의 악부 민가로 「한서」 예문지에는 모두 138편이 수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그중 몇 수밖에 전해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애제의 조치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대의 악부는 「시경」과 마찬가지로 노래의 가사이다. 그러나 후대에 많은 문인들이 이 문체를 본떠 시를 짓기도 하고 새로운 문체를 창작하기도 하면서, 민요가 가지고 있던 생동감과 자유분방함과 다르게 음악과 분리된 작품이 늘어났다. 그리고 남북조시대에는 새로운 민가와 속곡이 대량 수록되어, 후세 악부의 내용을 한층 풍성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중국 역대의 악부시를 가장 잘 모아놓은 책은 송대 곽무친(郭茂倩)의 「악부시집(樂府詩集)」 100권이다. 동한의 악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말엽으로 갈수록 오언(五言)으로 글자 수와 형식이 일정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한의 악부 중에서는 완전한 오언고시의 형태를 지닌 작품도 많다. 동한시대에 앞선 서한은 초나라의 노래와 다른 지방에서 들어온 음악의 리듬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노래를 개발하기 시작하여 다섯 글자의 모습이 시작된 시대라 할 것이다. 동한의 악부는 서한에서 시작된 이러한 초사나 다른 지방 음악의 새로운 리듬을 흡수하여 새롭게 유행한 민가였던 것이다. 한대의 민가들은 그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장단구(長短句)였지만, 동한시대에 들어와서는 부를 따라 산문조차도 압운과 수사, 대구를 중시하고 형식이 규칙적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여주던 시대였다. 오언은 이전의 사언(四言)보다도 리듬이 경쾌하고 청신한 맛이 있어 그 발전이 다른 문체에 비해 빨랐다. 이러한 이유로 동한 중엽부터는 문인들도 본격적인 오언시를 짓기 시작한다. 이때에는 문인이나 사대부들에 의한 오언시는 특출난 것이 없고, 오히려 무명씨의 「고시십구수」 같은 작품들이 오언 형식이 가진 청신한 리듬과 슬픔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서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동한 말 이런 고시들이 나왔던 시점이 바로 개성적인 오언시가 완성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서사시의 발전
중국은 서양과 달리 본격적인 서사시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하였다. 「시경」 300여 편의 시 중에도 서사시라 할 수 있는 작품은 불과 몇 편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인들이 현실 사회문제를 심각하게 의식하였을 때, 사회 부조리를 노래하는 시들은 곧 서사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어지러운 사회를 배경으로 나온 동한의 악부민가 중 「동문행」을 비롯하여 「부병행(婦病行)」·「고아행(孤兒行)」 은 모두 백성의 고통을 노래한 서사시이다. 문인이 지은 동한 최초의 오언시인 반고의 「영사시」도 서사시이며, 동한 말 신연년(辛延年)의 「우림랑(羽林郎)」, 채염(蔡 琰)의「비분시(悲憤詩)」도 모두 서사시이다. 무엇보다도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는 빼놓을 수 없는 장편 민간 서사시이다. 「공작동남비」는 순박하면서도 야하지 않고 질서가 없어 보이면서도 정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의 내용은 옛날 봉건적인 가족제도와 엄격한 윤리와 도덕 아래 희생된 젊은 부부를 노래한 것이다. 초중경(焦仲卿) 부부는 사이가 좋고 서로 다정했으나 시어머니 괴롭힘에 아내가 쫓겨난다. 아내는 쫓겨나면서도 절대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그러나 친정 부모와 형제들은 이를 무시하고 초중경 아내에게 재혼을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재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 여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초중경도 마침내 나뭇가지에 목을 맨다. 두 집안에서는 젊은 부부의 슬픈 사랑에 감동하여 함께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뒤에 그 묘역에선 한 쌍의 원앙새가 늘 서로 마주 보고 울며 놀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얘기가 섬세한 문체로 엮어져 있어 예로부터 읽는 이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공작동남비」는 한대 악부시 또는 오언고시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오언은 2·3자로 나뉘면서 가볍고도 경쾌한 리듬을 지니고 있지만, 칠언은 여기에 2자가 더 보태어져 2·2·3자로 구성되므로 오언에 비해 리듬이 장중하다. 따라서 그 문장도 오언은 간략하고 청신한 데 비하여 칠언은 수식적인 경향이 있다. 칠언은 오언보다도 수사 기교를 뽐내기 훨씬 좋은 형태였기 때문에 이후에 성행한 유미주의 풍조와 함께 더욱 발달하게 된다. 이후 당나라 시대에는 더욱 고차원적인 작품들이 나와 칠언이 오언을 능가하는 중요한 시형으로 그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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