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문학 시대의 다양한 기록

2023. 1. 20. 17:14중국문학사-그들의 세계속으로

반응형

 

 

 

 

 

  동주문학(東周文學)은 사실 춘추 말엽~전국시대의 문학을 말한다. 앞서 말한 <시경>, <서경>과 같은 문학은 대체로 춘추시대 초기~중기의 문학으로 분리되며, 이는 편의를 위해 분류한 것이다. 동주문학은 <서경>을 계승하여 사건을 기록한 글과 이 시대에 성행한 제자들이 기록한 사상을 기록한 글 두 가지가 있다. 특히 유가/도가/법가/묵가 등 이른바 제자백가가 저술한 글은 이 시대의 새로운 문학이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다만 이때에는 <시경>을 이을 새로운 시가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중국문학 역사상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라 할 수 있다. 

 

 

1. 사건을 기록한 글

 

  사건을 기록한 글 중에서도 사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자가 편찬한 <춘추>이다. <춘추>는 노나라에서 전해지는 사관의 기록을 중심으로 공자가 모아 엮은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과정이 묘사된 것이 아니라 '누가 왔다', '어느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 라는 정도의 굵직한 사건을 간단히 기록한 것에 그쳤다. <서경>처럼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인용하거나 사건의 배경과 과정을 기록한 것은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춘추>는 유가사상에는 큰 영향을 끼쳤지만 중국문학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 의의는 크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춘추>를 통해 다음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고대 중국문학에서 사관의 기록은 이처럼 아주 간략한 글이었을 것이다. 둘째, 중국문학의 문장은 춘추시대가 되기 전까지 그 표현 수준이 이런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일의 배경이나 인물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쓰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중국 문학사상 그 의의가 크지 않은 <춘추>가 후세에 널리 읽히는 계기가 된 것은 그것을 보충해 주는 <좌전>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좌전>은 원래 독립된 저술이던 것을 후대에 <춘추>를 해설하는 것으로 재편한 것이다. <좌전>은 <서경>이나 그 이전의 산문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발달한 수준의 문장을 보여준다. <서경>이 고대 성현들의 말과 행동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세계와 묶어 서술하고 있다면, <좌전>은 유가적인 도덕성과 예의를 중시함과 동시에 나라를 다스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왕은 과거의 산문들에 비해 현실적이기 때문에 도덕성을 중시하면서도 적을 만나면 계략을 써서라도 이기려 드는 욕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다양한 사건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내용 역시 재밌고도 생동감이 넘친다. 다만 사건을 기록하는 이러한 글은 대부분이 사실을 빙자해 유가의 가치와 윤리를 강조하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책>은 동주시대 때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시기까지 전국시대의 사건들을 12개 국가별로 나누어 기록한 책이다. <전국책>은 전국시대 계략가들의 활약상이 중심 내용이 된다. 전국시대에는 정치와 권력의 중심인 왕실이 그 권위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여러 나라들이 약육강식의 싸움을 벌인 시기이기 때문에 이전 시대에 강조되었던 유가의 중요한 사상들이 더 이상 중시되지 않는다. 대신에 나라와 개인이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그 이야기가 재미있고 인간의 사실적인 모습과 세상살이의 실상을 꾸밈없이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기고자 하는 교훈은 아주 간략히만 해설하고 자세한 설명은 일부러 피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이야기를 읽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교훈과 깨달음을 얻게끔 하고 있다. 

 

 

2. 사상을 기록한 글

 

  제자백가의 시작은 모두 춘추시대 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각 유파의 사상을 적은 사상서들은 모두 전국시대 이후에 해당 사상의 제자들이 이룬 것이다. 사건을 기록한 글이란 정확한 논리를 표현하는 글이기 때문에, 아마도 전국시대 말엽에 이르러서야 발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시기에는 사회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과 격변, 정치/경제의 성격 변화가 만무한 와중에 각기 다른 입장을 대변하는 사상들이었기 때문에, 사상을 표현하는 방식도 집단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유가는 통치계급의 입장으로서 정치상의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고 본인의 지위를 지키려는 입장을 대변한다. 반대로 묵가는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꿋꿋이 본인의 세력을 키워나가는 서민의 입장을 대변한다. 도가는 중국 남방의 따뜻한 날씨와 풍족한 생활환경을 바탕으로 낭만적인 기질이 농후하여, 혼란한 사회를 초월하려는 의지로 그 문장 역시 아름답고 화려하다. 제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담아 글을 썼기 때문에 이 시기에 중국 산문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중국 문장이 가지는 다양한 수사기교나 함축성, 다양한 표현기법은 모두 이 시기에 갖춰진다.  <논어>는 공자의 말과 그 제자 및 당시 사람들과의 대화 등을 적어놓은 앞뒤의 내용이 별 연관성이 없는 짧은 글의 모음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자신의 견문을 기록했기 때문에, 모두 대화를 그대로 옮기려 한 흔적이 뚜렷하다. 따라서 고대 중국의 그 어떠한 문장보다도 당시의 말이 상당히 일상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대부분의 문장은 말하고자 하는 논점은 분명하지만 그 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하지만 문장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잘 녹아있고 대화가 사실적이며, 표현은 풍부하고도 간결하다. 이러한 <논어>는 지금까지도 유가의 경전 중에서 그 어떤 책보다도 널리 읽히고 있다. <맹자>는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의로움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려는 맹자를 따라 문장이 격정적이고도 선동적이다. 문체가 간결하고 깨끗하여 읽기 쉬우면서도 다양한 비유와 재미가 숨어있어 다른 어떤 문장보다도 흡입력이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