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0. 07:19ㆍ중국문학사-그들의 세계속으로
1. 중국문학의 시초 <시경>
<시경>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이며, 흔히 중국문학의 시초라고 한다. <시경>은 서주 초기 무렵부터 춘추 중엽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사이에 노래로 불리던 민간가요와 사대부들의 노래 및 왕실의 의식이나 제사 때 부르던 노래의 가사들을 후세 사람들이 정리하여 편집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들이 정확히 언제 지어졌고 또 누가 무엇 때문에 책을 편찬한 것인지, 그 시들은 본래 어느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등 모두 알 길이 없다. 옛날에는 임금이 각 지방의 풍속을 보살피고 정치의 잘잘못을 알고 시정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삼으려고 각지의 민가를 채집하는 임무를 맡은 관리들을 두었다고 한다. 그러니 <시경>의 시들은 관리들이 천자의 정치를 위한 참고자료로 모아졌다는 뜻이다. 학설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대 중국에서 시의 쓰임을 보면 천자나 왕후의 전례에 쓰였고, 윗사람의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풍간의 목적, 자신의 감정표현 수단으로 부시를 하였고, 외교사절들이 본격 외교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시를 한 수씩 읊음으로써 양쪽의 숨은 의중을 암시하도록 하는 풍습이 행해졌다고 하니, 극히 드문 경우만을 제외하더라도 <시경>은 정치에 응용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서주 시대만 하더라도 문장의 작자나 기록자는 모두 사관과 같은 전문가였고 독자는 천자와 왕실이었음을 감안할 때, <시경>도 정치와 관련하여 왕실에서 모아졌음이 틀림없다. <시경>에는 총 305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옛날에는 <시경>을 흔히 '시삼백'이라 부른 것도 개수 300을 취한 것이다.
2. <시경>의 특징
이 시들은 대부분 언제 누가 지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시경>의 '풍'은 곧 풍자, 풍유를 의미한다. 전국 말엽부터는 풍을 '국풍'이라고도 부르게 된다. 국풍의 시들은 대부분이 남녀의 정을 주제로 한 작품이고, 아마도 본시는 모두 민가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다만 오랜 세월을 두고 서로 베끼어 전하면서 민요 본래의 색깔을 많이 잃고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후세의 중국시가 서정 위주로 발전하였고 ,예교를 중시하는 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었다. <고시십구수> 같은 것은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시가들이 대부분인데, 당나라 이선이나 오신 모두가 군신 관계를 노래한 것으로 주석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경>에 이미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사회의 잘못과 모순을 꼬집는 작품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고난이나 모순을 고발한 시들은 '백성이 풍으로 임금을 풍자한다'는 성격을 잘 보여준다. 후세에는 이를 흔히 사회시라고 부른다. 이는 사대부들의 작품이라 생각되는 소아나 대아 중에도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사회시는 이후 한 대의 악부시로 이어지고, 당대에는 두보와 백거이 같은 그 방면의 대가를 탄생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풍유론은 중국 전통문학론의 뿌리를 이루게 된다.
<시경>의 중심이 되는 민가들은 그들의 여러 생활상과 인생사, 그리고 감정을 꾸밈없이 반영한다. 남녀의 사랑에서 오는 기쁨과 괴로움, 민중들이 겪어야 하는 고된 노동과 전쟁의 슬픔 등이 시 속에 생생히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들이 기록되고 전해지면서 사대부에 의해 더해진 변모도 생각해야 한다. 고대 민요의 단순한 형식과 생생한 구어에 가까운 표현 등을 통해 우리는 고대 중국 민가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압운은 격구운이 보통이지만 환운(換韻)도 하고 있고, 교착운, 연주운 등 여러 방식을 번갈아 썼고, 첩구/첩자/첩운/쌍성 등 다양한 수사 비법을 쓰고 있다. 이 외에도 장편작품이나 아송(雅頌)에서 많이 보이는 형식화한 표현은 사대부적 기교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고대 민가에서 시작한 <시경>을 다양한 수사기교를 바탕으로 미를 추구하여 그 문장을 확대/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문학은 <시경>의 수사기법, 미의식, 서정 등을 바탕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시경>을 중국문학의 비조라고 한다.
3. 중국 산문의 시초 <서경>, 점책 <역경>
한편 <서경>은 중국문학사상 산문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시경>과 함께 가장 오래된 전적이다. <서경>의 각 편은 서로 앞뒤 연관이 없는 독립된 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사람의 글이 아닌 제각기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그 문장의 성격과 특색이 제각각이다. <서경>은 거의 모두가 허구의 글로, 거의 전편이 후세 사람들에 의해 직접화법으로 기록된 것들이다. <서경>은 후세 산문의 규범이 되었다. 각 편의 수사는 진, 한을 거쳐 위진남북조에 이르러서는 수사를 극도로 발전시킨 화려한 변려문을 이루게 된다. 중국문장이 가진 특성으로 함축성, 암시성, 수사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러한 모든 특징은 이미 <서경>에 고루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도 <서경>과 비슷한 시대에 이루어진 책으로는 <역경>이 있다. 이는 본래 점(占) 책으로, 64개의 괘와 이들 각 괘의 길흉을 얘기한 괘사와 효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은 점괘의 말이기 때문에 글귀가 짧으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때로는 알 수 없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괘사나 효사의 글에 알기 어려우면서도 운문에 가까운 표현이 많은 것도 고대 중국산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고대문학의 시초는 이렇듯 <시경>, <서경>, 그리고 <역경>으로 하여 중국의 시, 중국의 산문의 근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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